오늘 출근길에 작년 담임반 학생과 마주쳤습니다. 인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치 못본 것처럼 휴대폰 화면으로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더군요. 굳이 그렇게 외면하는 제자에게 인사할 용기(?)가 생기지 않아 씁쓸하게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올해 신입생들이 생전 처음 보는 저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더군요. 지나가다 말고 돌아서 물었습니다.
“나를 처음 볼 텐데 이렇게 반갑게 인사를 하니, 혹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인사를 하라고 시킨거니?”
“아니요.”
“그럼 원래 중학교 때부터 이렇게 인사를 잘 했니?”
“예”
“아, 그래 그렇구나. 이렇게 인사를 해줘서 고맙다”
1년을 함께 지낸 제자는 인사를 피하고, 처음 본 학생은 인사를 반갑게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제자는 저의 수업 방식이나 입시 지도 방식에 대해 평소 불만이 있었습니다. 제가 수업을 잘못해서, 입시 지도를 잘못해서 자신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을 했을 겁니다. 실제로 민원도 제기했었고요. 그래서 아마도 저를 피했을 겁니다.
난생 처음 보는 학생과는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1년을 함께 한 제자와는 인사조차 할 수 없는 사이가 된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어떤 수업을 해야 잘한 수업이고, 어떻게 입시지도를 해야 잘했다고 평가를 받는 건지. 참 씁쓸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렇게 여전히 씁쓸한 맛을 느끼고 사는 게 불행이 아니고 행복이려니 합니다. 고집인지 지조인지 신만이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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